광복절 점심
세차게 비가 내린 광복절 휴일.
휴일 점심은 의례 간단히 짜짱면/짬뽕으로 해결하므로 막내놈 짬뽕과 아내와 내 몫으로 짬뽕 곱배기를 주문했다. 얼마 후 1층 인터폰에서 배달하는 아저씨로 부터 연락이 와서 문을 열어 주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는다. 아내가 나가 확인해보니 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서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것이다. 잠시 후 1층 인터폰으로 연락이 다시 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니 어떻게 해야 되냐고, 14층인 우리집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야 되는데 아무리 배달이라 하지만 이건 너무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 다시 연락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우리라고 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몇가지 대안들이 스쳐 지나갔다.
1. 1층에 두고 간다. 배고픈 우리가 알아서 가져다가 먹는다
2. 서로 공평하게 계단을 이용해 7층쯤에서 만나서 전달받는다.
3. 면이 탱탱 불더라도 엘리베이터 고쳐질때까지 기다린다. 배달 아저씨가 그때까지 기다릴까?
4. 계단으로 올라오라고 종용한다.
5. 지금 배달분은 없던 것으로 하고 엘리베이터 고쳐지면 다시 주문한다. 중국집 주인아저씨가 오케이 할까?
고민끝에 1번을 택하고 내려갔다. 아내가 짬뽕이 뜨거울텐데 어떻게 들고 올 수 있냐고 걱정을 한다. 내려가는 사이에 아내와 아저씨가 다시 연락을 취했는지 6층에서 아저씨를 만났다. 계단에서 짬뽕값을 계산하고 내용물을 전달받으려고 하니 뜨거우니 배달가방을 통채로 들고 가란다. 1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아주머니가 배달가방을 들고 올라오는 나를 배달원으로 착각 “아저씨, 엘리베이터 고장났어요?” 하고 묻는다. 얼굴을 들어 같은 동에 사는 주민임을 확인시켜 주니 미안해 어쩔줄을 몰라 한다. 불어 터진 짬뽕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 갔는지… 그런 광복절 점심이었다.
ps) 다음엔 이런 경우를 대비 밧줄을 하나 준비, 베란다에서 끌어 올려야겠다.
Thursday, August 16th, 2012 11:18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