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아들놈이 (내 생각으로는) 고등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것 같은 핸드폰을 사달라길래 일언지하에 거절했더니 지난 주말내내 입이 대빵 나왔다. 예전같으면 지 풀에 꺽이고 말았을텐데 이젠 머리가 컸다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반항(?)을 한다.
고치는 값이 10만원씩하니 이 기회에 새것으로 교체해달라, 자기 핸드폰이 반에서 가장 후졌다, 비싼 것 아는데 나중에 세뱃돈 받으면 10만원은 내놓겠다, 새로 사는 핸드폰은 저장용량이 커서 MP3를 대용할 수 있으니 지금 쓰고 있는 MP3는 동생을 주겠다… 등등. 얼굴도 쳐다보기 싫어 모니터만 보면서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구구절절 얘기해 주었지만 간단하게 결론은 29만원이나 하는 가격과 필요도 없는 기능 등이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핸드폰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자기 주장만 하고 해결점을 찾지 못해 주말 이틀 내내 집안에 찬바람이 돌았다. 예전 집안 분위기는 권위적이고 보수적 가장인 나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됐었는데 자식들이 크니 이 놈들 기분이 집안 분위기를 만든다.

아내가 중재에 나섰다.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핸드폰을 사주겠다고 아들놈에게 타협안을 제시한 모양이다. 처음에 아들놈은 노예계약이라며 일부 조건에 대해 아내와 다투다 결국 아내의 뜻대로 휴일 무급 집안 청소와 다음 학기 성적향상을 조건으로 타협을 하였다. 그동안 일요일날 집안 청소를 하면 5,000원씩 용돈을 받았었는데 무급으로 내년 일년동안 40번 하기로 하였고 결국은 자기 스스로 20만원을 벌어 보탠 것이 되니 학생신분에 맞는 핸드폰 가격을 최대 10만원으로 정한 내 생각과도 부합이 되는 조건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삶의 진리를 내세워 타협을 했지만 자식과의 거래라 그런지 탐탁치 않다.

Friday, November 27th, 2009 8:3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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