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깊은물
마누라와 싸우고 술한잔 할려고 털레털레 혼자 30분을 걸어 일전에 선배가 추천한 막걸리집을 찾았다.
라면으로 가볍게 저녁을 드시던 노부부가 일어나 반긴다. 안쪽에서 식사를 하고 계셔서 일부러 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표 안주인 삼합에 막걸리 2통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3년전에 장사를 시작했다, 일년에 2천 포기쯤 김치를 담근다, 모든 음식을 직접 정성스럽게 만든다… 등등. 남도 맛이 안나는 홍어만 빼고 음식들이 맛나다. 할머니 말씀은 홍어를 나름대로 맛있게 삭힐려고 노력하는데 뭔가 부족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술과 함께 집에서 키운 유정란을 같이 팔고 계신다. 50마리 닭을 키우는데 가끔 한 번씩 단골들을 상대로 판다고 한다. 아이들 생각에 30개쯤 되는 계란을 담아 달라고 하고 각듯이 인사하고 가게를 나서며 상호를 보았다. 운치 있다, ‘샘이 깊은 물’. 계란을 담은 비닐봉투를 흔들며 다시 털레털레 집을 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 중 단 1개만 깨졌다.
ps) 아내와 같이 이 집을 다시 찾아 아내가 좋아하는 파전을 먹어보았는데 내 장담컨대 일산에선 이 집 파전이 최고다. 삼합에 싸먹는 묵은지와 같이 먹으면 더욱 맛나다.
Saturday, June 12th, 2010 6:29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