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반지

상황1) 영화나 TV등을 통해 보게 되는 결투장면. 패자는 승자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패배를 시인하며 승자에게 생사여탈권을 맡긴다. “내가 졌다. 내목을 쳐라.”
왜 목을 내밀까? 그리고 패자는 정말 죽음을 바라는걸까? 어떤 극한상황에서의 결투인지 몰라도 인간이 인간의 목을 내리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일까?

상황2) 늑대들간의 싸움. 패자는 대정맥이 지나가는 가장 치명상를 입기 쉬운 목의 굴곡 부분을 승자의 날카로운 이빨 앞으로 내밀며 고개를 돌린다. “내가 졌다. 내 목을 물어라.”
정말 늑대도 인간처럼 목을 내주는 행동을 할까? 그리고 패자는 정말 죽음을 바라며 승자는 패자의 목을 물까?

상황1) 픽션으로만 접했기에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옛 문헌들은 승자가 패자의 목숨을 거둔 예를 기록하고 있다. 결투에 있어서 승자의 자비를 보이며 패자를 보호코자 하는 윤리가 생긴 것은 기독교의 미덕이 자리 잡은 기사도때부터 라고 한다.
상황2) 믿을 수 없지만 늑대도 인간과 같이 승자에게 생사여탈권을 주며 그 행동으로 인간처럼 목을 내민다. 이 때 패자 늑대의 심리는 죽음을 바라긴 보다 승자의 관용/자비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늑대사회에선 승자인 늑대가 패자를 물어 죽이는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동물들의 행동양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던 비교행동학의 창시자 콘라트 로렌츠는 ‘솔로몬의 반지‘ 중 ‘윤리와 무기’라는 편에서 이와 같은 사실들을 말한다. 패자는 신체의 가장 치명적인 부위를 보여 주므로써 패배를 시인하며 동시에 승자의 자비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승자는 본능, 천성적으로 패자를 죽이는 일이 없으며 이와 같은 ‘사회적 자제력’를 통해 종족이 유지되는 것이 많은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물론 죽을 때까지 싸우는 동물들도 있다.) 동물들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신체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신체에 대한 설계도와 행동에 대한 설계도가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이외의 무기를 사용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의 자유행동이 만들어낸 무기사용은 설계도에 따른 행동이 아니므로 자제력이 따를 수 없음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인간의 공생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필연이 아닌 선택이 되어 버렸다.

일부 책의 내용을 인용해 우울한 이야기만 적었는데 사실 이 책은 흥미롭고 재미로 가득차 있다. ‘솔로몬의 반지’는 열왕기상 4장33절 “저가 또 초목을 논하되 레바논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저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다니는 것과 물고기를 논한지라”라는 성경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설 속의 마법 반지로 솔로몬왕은 이 반지의 힘으로 동물들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원제 ‘그는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했다’는 독자를 유혹하기에 제목으로선 길고 평이해, 원제와 부합하는 ‘솔로몬의 반지’를 번역본 제목으로 정한 것은 적절했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거짓으로 가득 찬 동물을 다룬 다른 책에 대한 분노에서 썼다’고 책을 쓴 동기를 말하나, 결국 분노는 사랑에서 유래된 것이므로 저술 동기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명백하며, 이를 근저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내용들이 책 전반에 펼쳐진다. 애완견을 키우며 극진한 동물 사랑을 한다고 스스로 떠버리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진정한 동물 사랑이 무엇인지를 고수에게서 한 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시간이 되면 이 책도 괜찮다.

내가 먼 훗날 어떤 사람이 높이 오르는데 이용하도록 상승기류를 발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다음 세대가 걸어갈 단 하나의 길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나의 운명에 감사를 드릴 것이다. (p122)

Monday, March 31st, 2008 9:22am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