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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01 Archives

October 5, 2001

콩이냐? 밭이냐?

마누라하고 항상 싸우는 문제거리가 있습니다.

예쁜 우리 막내넘을 나 닮았다고 하면 아니라고 우깁니다.

"씨 뿌린대로 걷는거야" 하고 제가 큰 소리 치면

"밭이 좋은거지, 그게 어디 씨 때문이냐, 자갈밭에 뿌려봐" 하고 되레 큰소리칩니다.

어느 것이 좋아야 합니까?

October 9, 2001

그 때를 기억하십니까?

문득 컴터 가지고 시간 때우다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근무시간에, 신문도 보고, 주식도 하고, 쇼핑도 하는 세상인데,

컴 없을 땐 사무실에서 뭘하고 시간 때웠을까?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방안에서 담배 피워 대면서,
"야, 우리 담배 안 피울 땐 만나서 뭐 했냐?"

친구들 만나 술자리에서,
"술 안먹으면 남자들끼리 만나서 뭘 할까?"

퇴근 후 애들 뒤치닥거리 하면서,
"마눌님, 애들 없던 신혼 초에는 퇴근하고 내가 뭘 했수?"

마눌님 음식에 싫증이 나면,
"결혼 전엔 엄니가 맛있게 해 주는 게 있었는데, 내가 뭘 먹고 자랐지?" (사실 이게 제일 생각 안납니다)

October 11, 2001

포켓몬

수민이는 잠 잘때 자기가 관심있는 '포켓몬' 옛날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합니다.

이게 진짜 곤욕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름이라고는 5개 미만인데

이것들을 상황에 맞게 이리저리 끼워 넣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

"옛날에 피카츄하고 꼬부기하고 살았는데 (중략) 박씨에서 귀신이 나와 꼬부기가 혼이 났대"

"옛날에 피카츄하고 라이츄하고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요즘은 '디지몬'으로 해 달랍니다.ㅠㅠ

October 15, 2001

딱지치기

딱지의 생명은 어떤 종이를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포장지 종이처럼 두껍고 뻣뻣한 종이는 공격력이 뛰어나지만 방어력이 떨어지고, 얇은 일일달력 종이들은 방어력은 뛰어나지만 공격력이 거의 제로입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건대

그당시 젤로 좋은 종이는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온 카타로그 책자였습니다. (이때부터 벌써 외제 선호사상에 눈이 띄였나 봅니다 ㅠ.ㅠ)

지금의 전화번호책 두께 정도되는 이넘 몇장을 겹쳐서 만든 딱지는 지면과 쫙 달라 붙는 습성상 배때기 치기 공격에는 거의 헐렝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고 지면과 틈이 없어 발대고 치기 공격에도 살아 남았었습니다.

지금은 종이 질이 다 좋아져 딱지치기가 별 재미가 없겠지만, 그 당시에는 어떤 종이를 쓰느냐가 승리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죠.

*요즘은 딱지도 문방구에서 팔더군요. ㅜㅜ

October 18, 2001

번데기

저는 술안주로 번데기를 즐겨 먹습니다. 소주, 맥주 가릴 것 없이 출출할 때,

번데기 통조림을 사서 뚜껑을 따고 티 스푼 분량의 고춧가루를 넣습니다.

다른 용기에 담지 않고 통조림을 불에 데웁니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파 약간 썰어 넣습니다.

그리고 안주로 먹기 시작하는데,

주의할 점은 티 스푼으로 떠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

October 29, 2001

아내와 스포츠

여자들은 경기규칙이 복잡한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요일 오전 혹시 김병현이 나올 줄 모른다는 부푼 꿈을 안고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운동에 대해서는 진짜루 아무것도 모르는 마눌님이 오전 일과를 마치고 옆자리에 와 리모콘을 강탈하려고 합니다.

"아, 잠깐, 다 끝나가 10분만 기다려 줘~"

간곡한 애원에 10분을 연장 받아 보던 중, 옆에서 아무 생각없이 야구를 보시던 마눌님이 한마디 합니다.

"아니 저 놈은 왜 왼쪽에서 치고 난리야" (각색했습니다)

@.@ " 왼손잡니니깐 왼쪽에서 치지"

"으응... 아무 쪽에서나 쳐도 되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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