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준이가 오늘 퇴원을 했습니다.
저번 금요일날 학교에서 쓰러진 후 정확히 3일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입원이 아마도 6번째인거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매년 한번씩 원인불명의 심한 구토를 합니다. 이번에도 원인규명을 못하고 왔습니다. 그동안 진단결과가 가성뇌수막염, 정신적 스트레스, 소아 위궤양등등, 병원마다 다 틀립니다. 어린 것을 벌써 3번째 위내시경을 했는데도 뚜렷한 증상이나 이상원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피까지 토해 너무 놀랐었는데,, 구토를 너무 심하게 해서 식도 점막이 손상되어 출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애기가 병원에 입원하면 제일 힘든 사람이 엄마입니다. 좁은 병실에서 하루종일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오늘도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입원했던 병원이 기독교계열 대학병원이라 어제 일요일 병원예배가 있었나 봅니다. 저희 가족은 종교가 없는데 저녁식사후, 형준엄마가 읽어 보라며 병원주보를 주더군요.
거기에 실린 임충현이라는 10살짜리 꼬마의 글입니다.
제목 :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세요
하나님!
저는 뇌종양으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하여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참고 끝까지 잘 견디었어요.
집에서 학교도 다니고,
엄마랑 누나랑 함께 교회도 열심히 다녔어요.
그런데, 다시 재발하여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다시 받고 있어요.
병원에 와보니,
지혜누나, 태희 형, 혁이 형을 비롯해서
많은 친구, 동생들을 반갑게 만났어요.
모두들 열심히 치료를 잘 받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와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를 해 주어서 그런가 봐요.
하나님!
지금 병준이가 많이 아파요.
하나님께서 병준이가 빨리 나아서
저와 같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하나님!
제가 밥을 안 먹는다고
엄마와 매일 다툽니다.
이젠 밥도 잘 먹을께요.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시고
모두 예수님 잘 믿고
구원받도록 인도해 주세요
제가 이글을 옮겨 적는 이유는 하나님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종교 이야기가 아니고 글 중에 나오는 '병준'이라는 꼬마입니다.
올해 6살 되었습니다. 뇌종양으로 1년을 넘게 그병원에 입원했었고 몇달전 상태가 좋아 퇴원했었는데 이번에는 척추로 암이 전이되어 지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술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이런 것도 다 절대자의 뜻이라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이세상에 끈질기게 살아가는 못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꼬마들을 거두어 가시는지,
제가 절대자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입니다.
병준이는 형이 한명 있습니다. '병혁' 이라고 형준이 친구입니다.
그리고 병준이는,수민이 친구입니다.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