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gust 2002 | Main | October 2002 »

September 2002 Archives

September 2, 2002

생활의 지혜

얼마전 TV에서 햄버거를 잘 자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오더군요.
패스트 푸드를 좋아하는 요즘 학생에들이 생각해 낸 것인지,
칼 대용으로 자(scale)를 이용하면 칼로 자른 것 같이 아주아주 잘 잘린다고 합니다.
자가 없으면 카드나 주민등록증 같은 것으로도 가능하답니다.

어제는 일요일.
아침식사는 형준이가 학수고대하던 샌드위치로 해결했습니다.
엄마하고 샌드위치를 같이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전날 재료를 사놓고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와 같이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돼지같이 먹고 나서(ㅡㅡ;)
"아빠가 만들어 주는 샌드위치 보다 맛이 없네" 하더군요.
제가 만드는 샌드위치는 길거리에서 파는 것 보고 대충 따라서 조잡하게 만드는 것인데
애들이 이거 만들어 놓으면 깜빡 죽습니다. ^^

점심때는 수민이가 햄버거를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형준이와 수민이는 집을 지키고 엄마아빠가 햄버거집에 갔습니다.
많고 많은 햄버거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 지 몰라서 수민이에게 전화를 하니,
꽃게 나오는 햄버거를 사달라고 하더군요.

소고기=>닭고기,생선=>새우=>게 햄버거 안에 다음에는 뭐가 들어갈런지???

형준이는 치즈스틱을 수민이는 크랩버거를 사서 집에 왔습니다.
형준이는 햄버거 먹기 싫다고 해서 치즈스틱을 사주었는데,
정작 실물을 보고 회가 동하는지 군침을 흘리더군요. 나쁜 넘.

마음씨 착한 수민이가 나누어 주겠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햄버거를 나눈다고 행준이를 불렀습니다.

엄마 : "형준아! 니방 가서 자 좀 가져와라"

소소 : @.@

*엄마는 가끔 집안과 밖을 구분 못합니다. ㅜㅜ

September 3, 2002

지하철에서

장마가 끝났고 여름이 다시 왔는지 한여름같이 덥다.
어제 퇴근 시간. 떠밀려 실린 지하철은 콩나물 시루 같이 사람들이 많았다.
덥다. 그나마 에어컨이라도 빵빵하게 나오니 다행이다.
읽고 있는 책 한권의 자리를 마련한 다음 고개를 파 묻고 독서의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주위가 좀 선선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이젠 제법 서있을 만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만치에 명당자리가 눈에 띤다. 마치 원형 탈모같이 그자리만 뻥 뚫려있다.
사람을 헤치고 자리를 잡았다.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어여쁜 아가씨가 바로 옆에 서있다.vㅡㅡv
이제부터는 편안하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생각없이 책만 보면 된다.

그런데,
아가씨가 자꾸 나를 쳐다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 옆머리나 볼따구니에 뭐가 묻었나보다.
손으로 슬쩍 머리도 다시 넘기고 볼도 한번 비벼본다.

그래도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눈은 책에 가있는데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고개를 한번 돌려 정말로 내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러다가 눈이라도 딱 마주치면, 관두자. 책이나 읽자.

혹시나... 하고 유리창을 한번 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안뵌다. 사각지대에 서있다. 된장,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가씨가 내 팔을 톡.톡. 건드린다.

@.@.찌.리.리.리.빠.샤.빠.샤.@.@.

오래 살고 볼일이다.v(ㅡㅡ)v

"저기요, 아저씨"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보았다.

살짝 미소를 띤다. @.@.찌.리.리.리.빠.샤.빠.샤.@.@.

"네?" 목소리를 좀 깔았다. ㅡㅡ;

"그 자리요, 위 에어컨에서 물 떨어져요"

너무 늦었다.

이미 내 어깨에는 방울방울이 만나 커다란 호수가 하나 만들어졌다.

'우씨! 진작 좀 말하지' ㅜㅜ

September 12, 2002

형준이 한을 풀어준 엄마

형준이의 피맺힌(ㅡㅡ;) 한을 드디어 엄마가 풀어 주었습니다.

어제 동네 반상회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형준수민 오마니께서 동네반장님으로 선출 되셨습니다.

총 80가구 중 8가구 대표가 유권자로 참석한 이번 선거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형준수민 오마니께서는 치열한 선거전을 치룬 끝에

아래층 아주머니와 공동으로 1위의 영광을 차지해서 차기 1년간 906동을

선두지휘할 공동 반장님에 선출되신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 진다.


*나이 역순으로 두명 뽑는다는군요.
참석자 8명중 아래층 아줌마가 제일 젊고 그 다음에 우리집 마님이었답니다. ㅡㅡ;

September 14, 2002

나이만 먹는구나

낼모레면 40이다.
머리도 한올 한올씩 빠져 나가고 새치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소소가 하는 짓을 보면 아직도 어린애다.ㅜㅜ
새벽까지 오락을 해야 한다.
가끔 집안 뽀개질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을 들어야 한다.

소소의 게임역사는 길다.
남들처럼 오락실 겔로그, 제비우스 시절을 거쳐 PC게임에 입문하였다.
자격증 시험본다고 공부하는 그 바쁜 와중에도 '디아블로1'을 마스터했으며, 집에 안가고 밤늦게까지 '코만도스'에 빠졌던 시절도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을 때는 거의 반실성한 인간이었고, 기나긴 외국생활을 마치고 집에 와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디아블로2'였다. 영화 매트릭스같은 게임 '맥스페인'을 좋아하고,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같은 신나는 총쌈게임을 무지무지 좋아한다. '녹스'는 얼마나 좋아 했는지 아들넘에게까지 게임을 물려주었다.

요즘은 워3에 미쳐있다.
나이가 먹어 순발력이 떨어지고 손과 머리가 굳어 배틀은 안하지만 캠페인 깨는 그 맛에 워3에 미쳐있다. 이번주에 오크 캠페인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나이트엘프만 남는다. vㅡㅡv
낼 모레면 나이 40인데 ㅡㅡ;


소소의 음악역사도 길다.
고1때 어머니가 사주신 전축에 Led Zeppelin을 판을 처음 올려 놓고 나서부터 소소는 음악에 중독이 되었다. 요즘같이 인터넷에서 음악정보를 얻는 것과는 달리 그 당시에는 음악에 대한 정보를 월간지 '월간Pops'와 라디오 방송 말고는 얻을 곳이 없어 교과서보다 더 열심히 월간지를 보았으며, 영어단어는 못 외워도 외국밴드명과 멤버 이름은 철자 하나 안틀리고 달달 외웠었다.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매일밤 소소를 편안한 잠자리로 인도한 음악은 조용한 클래식이나 pop이 아닌 꽝꽝 거리는 rock이었다. 남들은 그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잠이 오냐 했지만 이상하게도 rock음악을 들으면 잠이 잘왔다.

고딩 신분으로서는 비싼 라이쎈스판을 구입할 수 없어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빽판(그당시 500원)을 들여다 보느라고 주말을 허비했으며, 라디오에서는 심야에나 나오는 Rock 음악을 일일이 레코딩하느라 긴긴밤을 보낼때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 딴짓 하느라고 잊었던 그 음악들이 다시 소소를 찾아 온 것은 뒤늦게 알게된 Nirvana 때문이었다. 그당시 1년 정도 외국생활을 할 시기였는데 우연히 길에서 들은 Nirvana 음악에 Led Zeppelin 음악을 처음 듣고 Tremble을 (음악을 들을때 감흥이 일어나면 몸이 떨리는 현상) 일으켰을 때의 감동을 받았다.
이때가 소소 나이 32살때이다.
서태지가 우리나라에 공중파 방송으로 처음 Alternative Rock을 소개했을 때에도 단지 Nirvana와 같은 길을 걷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소소는 서태지를 진정한 음악가로 생각했다.(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몇달전에 아는 지인이 MP3 CD Player를 선물해 주었다.
당근 빠게지는 음악만 담아 한동안 출퇴근 지하철에서 들었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이도 지긋하게 들어 보이는 사람이 ㅡㅡ;
'정신상태에 좀 문제가 있나보다'하는 눈치로 나를 쳐다보았다.

소소 본인도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ㅡㅡ;
그래도 어쩌랴.음악이 좋은걸, 락이 좋은걸...

소소가 하는 짓은 아직도 어린애다.
낼 모레면 40인데
언제 철이 들어 사람이 될꼬.ㅜㅜ

September 16, 2002

선물

몇 일전 아빠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매년 작은 선물로 아빠를 감동시키는 엄마는

출근하는 아빠한테 뽀뽀 한번 해주는 것으로 때웠습니다. ㅜㅜ

형준이는 아빠 사람 되라고 '백범일지' 책을 사주었습니다. ㅡㅡ;

수민이는 생일 케익으로 아이스크림 케익 먹자고 땡강만 피웠습니다. ㅜㅜ

그래도 아빠는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September 25, 2002

형준이와의 메신저 대화

형준이가 학교에서 집에 오면 15:00시쯤 컴터를 켜고 오락을 시작합니다.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이 형준이가 엄마한테 허락받은 컴터 게임시간입니다.
주로 온라인 게임을 하므로 제 메신저 레이다에 게임 시간이 딱 잡히죠 ^^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왔더군요. 심심해서(ㅡㅡ;;) 아들넘과 메신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소소: 조형준 오락하지 너 이놈~~~~

형준: ...

소소: 너 죄를 너가 알렸다

형준: 한지 5분됐습니다.중전마마

소소: 중전마마는 여자한테 하는 소리다 이넘아

형준: 내맘입니다

소소: (ㅡㅡ;;)아빠는 대왕마마이니라

형준: 그래도 전 중전마마라고 부르겠습니다

소소: 이 고얀넘

소소: 여봐라 이넘을 당장 하옥시켜라

형준: 어디 한번 붙어볼래요

소소: 너 이넘 보자보자 하니깐

형준: 뿌드득~

소소: 내 당장 니 주리를 틀여야겠구나

형준: 반사

소소: 반사

형준: 반사

소소: 반사

형준: 이세상 멸망할때까지 반사

소소: 이노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미 윽!

형준: VERY GOOD

소소: 짐이 열받아 갈려고 한다

형준: ㅋㅋㅋㅋㅋㅋ

소소: 너 이노~~~~~~~~~~~~~~~~~~~~~~~~~~~~~~~~ㅁ

소소: 내 당장 중전한테 전화하여 너의 죄를 묻도록 하겠다

형준: 메롱~ (이모티콘 :p)

소소: 반사

형준: 지우개

소소: ㅡㅡ;

형준: *^.^*

소소: 윽~ 꼴까닥

형준: 승리~

소소: You Win!

소소: 빨빨 아빠 일한다

형준: OK

소소: ㅜㅜ =3=3


* 콩가루 냄새가 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