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형준이는 싼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 키워 놓은 느낌이 듭니다. ㅜㅜ
작년까지만 해도 싼타할아버지를 무기로 해서
"너 이넘, 엄마말 안들으면 금년 크리스마스엔 할아버지가 선물 안줘"
"그 선물은 싼타할아버지가 가져올 수 없대" 등등 할아버지를 많이 써 먹었는데
금년엔 요구사항이 예년과 달라졌습니다.
엄마가 싫어하는 '강아지'를 달라고 땡깡을 피웁니다.
엄마는 강아지를 무서워합니다. 가만히 가두어 놓고 키우는 것이라면 몰라도 집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키워야하는 강아지는 정말 자신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협상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소소 : 강아지 빼고 다 사줄테니깐 다른 것 생각해봐
형준 : 그럼 디아블로 사줘요
윽~ 이넘이.
디아블로는 18세이상 게임입니다. 화면이 너무 자극적이고(괴물을 죽일 때 피가 난무 하지요) 10살짜리가 하기에는 어려운 게임이라 작년부터 형준이가 사달라고 졸랐습니다만, 안된다고 아빠가 결사 반대하던 게임입니다.
이넘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소소 : 그건 18세 이상게임이야.
형준 : 우리반 애들 다 해요.
소소 : ㅡㅡa.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야인시대도 빼 놓지 않고 보는 넘인데
요즘 애들은 우리때하고 달라
그런 게임한다고 애가 폭력적이고 정서에 문제가 생길까??????
스타크래프트도 사 주었는데
다른 애들도 다 한다는데 형준이만 왕따 당하는 것 아닌가?????
결국 사주었습니다.
게임 진행방법을 가르쳐 주고 옆에서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엄마가 괜찮냐고 걱정를 많이 합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게임이 좀 무서운가 봅니다. 그러나 아빠생각은 꼭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형준이하고 아빠하고 새로운 대화 주제가 생겼습니다. 아빠가 친구처럼 옆에 앉아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기도 합니다. 아빠가 옆에서 같이 재미있게 도와주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미성년자가 할 수 없는 게임을 부모가 사준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자식 키우기 힘들군요.ㅜㅜ
수민이는 싼타할아버지가 예쁜 '공주화장 쥬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