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여름 태국 파타야.
태국에 온지도 벌써 3개월이 흘러갔다. 첫 해외생활은 3개월이 고비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3개월까지는 멋모르고 재미있게 이국생활 풍습에 빠져 보내다가 그 이후에는 가족, 고국생각에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외국 근로자들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내가 있는 곳은 태국 최대의 휴양도시 파타야에서 차로 1시간 미만 거리의 마타풋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동료 직원들이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 주로 하는 일은 골프를 치거나 파타야에 나가 쇼핑을 하는 일이 전부다. 골프를 칠 나이는 아직 아니고 해서 일이 없는 주말이면 파타야에 나가 쇼핑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썬탠을 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나의 여가 생활이다. 파타야는 태국 중부에 위치한 휴양지이다. 소문에 의하면 근처에 있는 사타힙이라는(우리나라로 치면 진주시) 도시의 해군기지에 정박한 미군 태평양 함대를 위해 이곳을 개발했다고 한다. 밤이 되면 환락의 도시로 빠지는 그런 곳이지만 낮의 정경은 여느 나라의 해변도시처럼 아름답다.
외국생활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우리나라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 실시간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3~4일 지난 신문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데 그나마 신문이 오더라도 윗사람 먼저 보고 내려오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어느날 그런 신문 하나를 구해 꼼꼼히 한자 한자 빼놓지 않고 읽던 중...
어느 가수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커트 코베인 사후 1주년에 대한 글같기도 하고... 정확한 기억은 없다) 문화,예술면에 별 관심이 없어 그냥 넘어갈 만 한 기사였는데... 락가수에 대한 이야기이고, 락에 관해서는 그래도 한 가닥 한다는 내가 첨 들어 보는 alternative rock이라는 것, 젊은 천재의 요절... 외국 생활에서 흥미를 찾지 못하고 헤매던 나에게는 입맛이 당기는 그런 기사거리였다.
주말에 파타야에 나갔다. 우리나라 길보드처럼 이 곳에도 불법복사 테이프가 판을 친다. 평소 자주 가던 쇼핑몰에 들러 테이프를 샀다.
“Never Mind(신경꺼!)” 내가 신문에서 본 그 놈이 만든 Nirvana라는 그룹.
이름까지도 관심을 끌만한 3인조 락그룹의 테이프였다. 그리고 헤드폰을 벗은 지 정확히 10년만에 다시 음악의 미약에 취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