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에 맞추어 형준이를 이발소로 불러 냈다.
형준이하고 이발을 같이 한 지가 한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형준이는 아빠와 이발을 같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발을 한 후에 아빠를 조르면 아빠가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엄마와 수민이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주기 때문이다.
어제는 시간이 없어 이발만 하고 집으로 곧바로 향했다.
형준이가 학교 과제물로 수수깡과 철사 등을 사야 한다고 해서 문방구에 잠시 들렀고, 수민이가 아이스크림, 엄마가 맥주를 사오라고 해서 슈퍼에 들러 장을 보았다.
슈퍼에 들어서서 형준이 보고는 아이스크림을 고르라고 했고, 나는 주류 코너에 들러 맥주를 사가지고 계산대로 왔는데 형준이가 보이지 않았다.
매장을 둘러 사탕 파는 진열대 앞에서 사탕봉지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형준이를 발견했다.
평상시 사탕을 잘 먹지 않는 놈이 웬일로 사탕을 사려고 할까?
“형준아~ 너 사탕 살려고 하니? 엄마한테 혼난다. 그냥 가자”
“그게 아니구요. 학교에 사탕 2봉지 를 가져 가야 되거든요”
더듬더듬 거리며 말하는 폼이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이 확실하다.
“사탕을? 뭐하러?”
“선생님이 사오라고 했어요”
“왜”
“그게요 학교에서 X 표를... 제가요... 제일 많이 받았거든요”
“X표? 그게 뭔데?”
“그게요 떠들면 하나씩 받는 거거든요”
@@
집에 오는 길에 형준이를 많이 나무랬다.
그리고 벌칙으로 컴퓨터 금지령을 내렸다.
그대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 아빠는 집에 와서...
형준이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기로 하고, 또한 一事不再理에 의거하여 형준이의 잘못을 재차 추궁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엄마에게 살짝 이야기를 했습니다.
형준아! 미안하다.
Comments (8)
베갯머리 송사가 문제긴 문제야...
Posted by 노병 | November 7, 2003 1:23 PM
^^ 착한 형준이...
Posted by MDD | November 7, 2003 1:24 PM
노병님/ 우찌 알았스까나...
MDD군/ 디디군을 닮아서... ^^
Posted by SoandSo | November 7, 2003 2:15 PM
경험상. 숨겼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ㅠㅠ
Posted by 노병 | November 7, 2003 7:25 PM
ㅋㅋㅋ 아마도 몇년 뒤에는...
멀티주방기기 형준군이 탄생할지도..^^
Posted by MDD | November 7, 2003 9:27 PM
과연, 형준군이 DD의 세계적인 디자인을 따라올 수 있을까 모르겠군.
Posted by kimcopy | November 9, 2003 7:26 PM
선생님 재치도 만만치 않으시군요...ㅎㅎㅎ
소소님댁에 조만간 슈퍼에서 사탕세일 전단이 날라올지도..^^;;;
Posted by 야시 | November 10, 2003 9:50 AM
야시님.. ㅠㅠ
Posted by SoandSo | November 10, 2003 7:0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