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帽子)를 찾아서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일로 아끼던 소장품을 분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지만, 햇수로 5년동안 쓰고 다니던 모자를 잃어 버린 아픔이 오래 간다. 다른 그 어느 모자를 써보아도 집 떠난 모자만큼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분실했는지 아무런 실마리도 찾을 수 없으며 어느 날 갑자기 눈에 안 띄길래 ‘어디 있나?’ 찾아 보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었고... 가장 의심이 가는 헬쓰장에도, 어머님 집에도 없었다.
이 모자를 만난 것은 2000년 8월 30일 이었다. 2년 동안의 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달라스에서 비행기를 바꾸어 타기 위해 잠시 대기중, 햇빛에 그을린 얼굴과 짧은 머리로 꼴이 심하게 망가진 내 얼굴을 조금이나마 가리기 위해 공항shop에서 19불을 주고 샀었다. 평상시 모자를 거의 쓰질 않아 모자 쓰는 것이 낯설고 어색했었는데 이 놈을 만난 후로는 외출 시 필수 착용품이 되었었다. 내 탈모의 원인 제공자로 의심 받아 잠시 별거한 적도 있었지만 시련을 겪고 난 연인사이가 더 돈독해지 듯 모자에 대한 나의 애착은 더욱 커가기만 했었다. 그런 놈이었었는데...
이름 : 노티카
연령 : 만 4세
출생국 : 중국
색상 : 회색
특징 : 앞면은 노티카 로고가 그려져 있고 뒤쪽에는 노티카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현재는 단종된 품목으로 사료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