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 선거를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일찍 맘을 정했지만 비례대표을 선택할 정당은 투표소 가는 동안에도 계속 고민 고민을 하였다. 한쪽에 힘을 실어 줄 것인가? 아니면 진보 정당의 국회 진출에 작은 일조를 할 것인가?
결국은... 일찍 맘을 굳힌 엄마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12시 30분쯤 투표를 마치고 저녁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긴 시간을 지켜 보았다. 엉터리 출구조사의 기쁨도 잠시,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우리 사회를 동서로 양분하는 지역감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고, 그로 인해 인물을 보지 않고 정당만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아직도 많다는 사실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답답함들이 가슴에 들어섰다.
결과적으로는 민주의 승리라 떠들어대지만 물러나야 할 썩은 정치인들의 목에 화환이 둘리워 지는 것을 보며 속으로 욕을 삼킨다. 그나마 TV 화면에 간간히 비친 은사님의 환히 웃는 얼굴이 없었다면, 이런 기분이 그리 쉽게 가시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