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두 놈이서 매일매일 엄마를 괴롭힌다.
막내 놈이야 어려서 그렇다 치더라도 말귀를 알아 먹을 나이가 된 큰 놈까지 속을 썩히니 이 무더위에 아내의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아내한테서 SOS 요청이 왔다. 그래서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려던 놈을 깨워 10여 분간 잔소리를 했다. 주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독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임마! 날이 더우면 집앞이 바로 (시립)도서관인데 거기 가서 좋은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러면 되지, 왜 맨날 집안에서 뒹굴고 게임만 하고 엄마말 안듣고, 동생하고 싸우고... 너 내일부터 엄마한테 도시락 싸 달라고 해서 도서관에 가 공부 좀 해. 알았지? 그리고 엄마가 아빠한테 "형준이가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 말 잘들어요"라고 말 할때까지 게임 금지야. 알았지?"
얘기를 하고 나니 내가 좀 심했다. 초등학교 5학년 놈을 즐거운 방학때 도시락 싸서 도서관으로 내쫓다니...
오늘 아침 회사출근 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 놈이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간다고 집을 나섰다는 것이다. 내심 걱정이 되어,
"점심은?"
"자기가 알아서 사 먹고 영어 학원 바로 갔다가 저녁에 오겠대요"
"그 놈 집 나간 거 아냐?"
"(아내의 웃음소리) 아니예요. 그래서 걱정이 되서 핸드폰 들려 보냈어요"
"그래... (휴~) 전화 좀 해 보지?"
"안 그래도 방금 전에 했어요"
"뭐래?"
"똥싸고 있대요"
아내와 같이 잠시 웃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신경이 예민해 집 아니면 절대로 밖에서 용변을 보질 않는 놈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로 내가 자식에게 너무 야속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 오늘 하루만 혼내키로 하는 것으로 하고 내일부터는 게임도 시켜 주고 하고 싶은 대로 냅두자. 즐거운 여름방학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