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책의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따뜻해진다. 여유가 생긴다. 생각에 잠긴다.
개개인의 삶의 방식들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저자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천천히'를 얘기하고 권한다.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눈이 글자를 좇아가다 보면 그에 따라 정경이 나타난다. 눈의 활동이나 이해력의 활동이 다 갖추어진다. 그때는 아마 호흡도 심장 박동도 아주 좋을 것이다. 그것이 읽는다는 것이다. 기분좋게 읽는 리듬을 타고 있을 때, 그 읽기는 읽는 사람 심신의 리듬이나 행복감과 호응한다. 독서란 책과 심신의 조화이다. (p38)음식의 참맛을 알기 위해서는 천천히 음미를 해야만 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야만 저자가 인용한 이러한 글귀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그 맛을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그 말을 통해 시간과 함께 있고,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긴지 짧은지는 계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p71)
분명히 먹는 것과 읽는 것은 서로 많이 닮았다. 밥공기나 젓가락이라는 도구를 손에 들거나 음식물을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하는 것도 먹는 것에 포함되듯이, 물질로서의 책을 만지고 펼치고 눈으로 두께를 재거나 하는 일도 읽는 것에 포함된다. (p90)
읽기방식은 삶의 방식이다. (p138)
생활의 시간이란 순환한다기보다 '순환하게 하는 것' (p142)
읽는 방식이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전력을 다해, 시간을 들여, 거기에 채워넣은 풍경이나 울림을 꺼내보는 것은 바로 잘 익어서 껍질이 팽팽하게 긴장된 포도 한 알을 느긋하게 혀로 느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p178)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