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포는 어떤 것? - 공포에 둔한 관객도 무서워 한 몇 편의 공포영화들
이 기사를 읽고 '내가 본 영화중에 가장 무서웠던 것은 어떤 영화였을까?'라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13일의 금요일이었다. 기억에는 을지로 국도극장에서 친구와 둘이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얼마나 무서웠던지, 남자 체면에 손으로 눈과 귀을 가릴 수도 없었고 똑바로 앉아서 보기는 했지만 화면을 주시 못하고 화면 귀탱이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제 저러면 죽는데...' 하고 생각하면 영락없이 그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 나갈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공포 영화하면 으시시한 분위기의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잔인함도 공포 영화의 한 소재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것은 엑소시스트였었는데, '13일의 금요일'에 비하면 정말로 정말로 하나도 안무서운 영화였다.
영화를 통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자학행위 같기도 한데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왜 볼까? 편장완 교수의 '공포영화의 이론과 실제'에 따르면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를 금기이론과 불안이론으로 설명을 한다. 금기이론이란 공포영화가 사회에서 금기시 하는 사항들을 위반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고 것이고, 불안이론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들, 즉 죽음과 같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안에 대한 탈출구를 영화가 제공한다고 것이다. (출처 : 공포에 관한 두세 가지 것들) 물론 사람마다 다 같지는 않을 거다. 아무리 공포 영화가 우리에게 대리 만족과 불안에 대한 탈출구를 제공한다고 해도 영화라는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내 아내같이 그런 것을 받아 들이기를 싫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이면 공포 영화 한 편 보고 싶다. 잔인함보다는 으시시한 무서움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어릴 때 TV앞에 앉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마치 중동의 여인처럼 눈만 빠끔 내놓고 보며 느꼈던 그 시절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Comments (1)
나랑 같이 봤냐? 이젠 늙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home page는 wife건데 시간나면 한번 구경해봐라.
이거 만든 다음부터는 wife가 사진 찍느라 정신없다.
Posted by 형찬 | August 18, 2004 3:3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