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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 땅에서 가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은..."라는 기사를 읽고

아내는 지금도 가끔 말합니다. 직장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말하라고 합니다. 숨기면 더 병이 되고 마음과 몸을 상하게 되니, 해결책은 없다 하더라도 꼭 식구에게 말하라고 합니다. 가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난 생각이 다릅니다. 이 땅에서 가장은 그것을 이겨내야 합니다. 자기 하나만 희생하면 남은 식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고, 또 집에 와 그런 말을 해서 식구들 마음을 불안하게 해주면 안 됩니다.

이 땅의 가장은 강해야 합니다. 희생심이 투철해야 합니다. 자신은 비록 힘들게 생활하더라도,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 땅의 가장은 집에서 세상이 떠나갈 듯 마음껏 웃어도 되지만, 눈물은 절대로 보이면 안 됩니다. 정 참기 힘들면, 혼자서 조용히 밖으로 나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울어야 합니다.

이 땅의 가장은 최고의 연기자가 되어야 합니다. 식구 앞에서 항상 자신감이 넘쳐흘러야 합니다.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온다 하더라도, 집 앞에서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큰 기침을 하며 문을 열어야 합니다.

'가장의 희생 = 가족의 행복' 이라는 등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 시대의 '아버지'로서 살아 가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에 대해 글 쓴 이의 심정이 느껴진다. 내 자신도 이렇게 살고 있지 않는가? 술 한잔에 모든 것을 묻어 버리면서...

Comments (1)

진심으로 공감하며,
참으로 좋은 말씀 듣고 갑니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아도 될 가장이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