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딩동~
"누구세요" 아내가 물었다.
"올백 형준이 왔어요"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온 아들놈이 답했다.
핸드폰 사달라고 졸라대길래 머리를 굴려 로또 당첨확률보다 더 어려운, 형준이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었다. 시험에서 전과목 백점을 받으면 너의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그런데
"엄마! 이번 시험 올백 맞았어요. 자 이제 핸드폰 사주세요" 말이 씨가 되고 사건이 터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핸드폰을 안사줄려고 내건 불가능한 일을 이 놈이 결국 이루고야 말았고 올백의 기쁨보다는 아내와 나는 핸드폰을 사주냐 마냐의 장고에 들어갔다.
올백께서는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고, 친구와 놀고, 맛있는 것 사달라고 협박을 하고, 그야말로 기고만장 그 자체였다. 평상시 같았으면 아내에게 공부안하고 놀기만 한다고 한소리 들었을텐데 올백에게 그럴 수도 없고.
마치 왕이 된냥 기고만장한 올백에게 아내가 협상카드를 제시했다. 아직 어리니 핸드폰은 나중에 6학년되면 사주고 이번에는 플스 3장이 어떠냐고. 그런게 어디 있냐고 노발대발하신다.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깐 정말.' 하지만 가문의 영광인 올백인데...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아 절충안을 제시했다.
1. 수신 전용이며 송신은 5개 전화번호에 대해 가능하다고 하는 어린이 전용 핸드폰으로 하자.
2. (1번이 안통하면) 옛날에 엄마가 쓰던 카메라 없는 구형모델을 써라.
3. (2번이 안통하면) 지금 엄마가 쓰고 있는 것을 써라.
4. (3번이 안통하면) 6학년 되면 최신형으로 사줄테니 플스 3장으로 하자.
올백께서 장고에 들어 가셨다. 그리고 최종 선택한 안은 4번이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는데 6학년 되면 또 어떤 절충안을 내놓아야 할까? '아이하고의 약속은 꼭 지켜라' 라는 말이 있지만 아이들이 핸드폰들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심한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아내와 난 벌써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