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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야 할 세가지

금요일 Engle 모임을 을지로 남포면옥에서 가졌다. 입구에 날짜가 적힌 동치미 독이 있는 집으로, 냉면으로는 장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정작 맛나다'는 냉면은 허기를 달래느라 이것저것 잔뜩 먹은 다른 음식으로 인해 그 맛을 정확히 느낄 수가 없었다.

그 날 오고 갔던 수다 중에 기억에 남는 직장 선배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살면서 피해야 할 3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가 초년출세야. 박주영이가 대표팀 탈락된 것 나쁘게만 볼 필요 없어. 그 놈은 아직 어려. 괜히 불러들여 놓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면 그 놈 축구인생이 일찍 끝날 수도 있는거야. 어리니깐 기회는 아직 많아.

두번째가 중년상처지. 우리같은 중년에 상처를 당하면 그것보다 더 비참한 인생은 없어. 내 허리가 부러지는 것과 같아."

선배는 중년에 아내를 잃은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마지막으로 노년빈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중년상처'라는 말에 많은 것을 생각한 날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여지껏 내 한 몸만 챙길려고 신경 썼지, 언제 한 번 아내의 건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아내가 없다면? '아내가 죽으면 남자들은 화장실 가서 웃는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지만 이 말은 정말 농담일 뿐 내 허리가 부러지는 고통과 같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이며, 아직 어린 자식들은 누굴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건가? 내가 먼저 죽는 것이 낫지, 아내를 먼저 잃는다는 생각은 그 생각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다.

서로 같이 인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기 위해서, 생의 동반자로서 마지막까지 같이 가기 위해서 나를 생각하는 만큼 아내를 생각하자. 중년이 된 지금도 늦지 않았다.

Comments (3)

좋은 말씀입니다.
저는 아내가 죽으면 같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애들이 태어나기 전에요.

아직 장가도 안가고..
중년도 안된 저로써는..훔냐...
하여튼...
마마님께 잘 해드리시길..^^

저희 어머님은 농담반 진담반처럼 이런말씀을 하십니다.
"난 당신죽기 하루전에 죽을꺼야"

천생연분은 한날한시에 죽을수 있는거라는 말도 있던데...

결혼을 앞둔 저.

그 누구도 홀로 두지않고 함께 오래오래 살다가 함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