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를 함께 한 책.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라는 유명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소재로 한 소설. 수학소설이라는 책표지의 문구가 이채롭다.
골드바흐 추측이 탄생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724년 골드바흐는 짝수들을 나열해 놓고 이런저런 계산을 하던 중 모든 짝수는 소수 2개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당시 최고의 수학자 오일러에게 이것이 수의 일반적인 성질인지를 물어 보았다. 오일러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옳다고 확신했으나 증명하는데는 실패했다. 그 이후 1998년 슈퍼컴퓨터로 400조까지는 이 추측이 맞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나 아직까지 모든 짝수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해는 증명되지 않고 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만의 가설' 등과 함께 수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참고로 페르마의 정리는 앤드류 와일즈 (Andrew Wiles)에 의해 1994년 증명되었다.
정수론에서 가장 증명하기 힘든 난제 중 하나인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해 위대한 수학자의 반열에 오르려는 한 천재 수학자(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이야기이다. 소설이지만 20세기 초 실존했던 유명한 수학자들이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나와 책을 읽으면서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같이 실화를 구성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 택한 절망적인 상황에 절망할 권리가 있는거야" (p73)라는 책 속에 나오는 이 말이 주인공의 일생을 그대로 나타낸다. 외적인 단순성과 난해성이 결합해 필연적으로 심오한 진리의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는 난제 해결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남들이 말하는 '실패한 인생'으로, 마지막은 정신착란 증세에 의한 발작으로 생을 마치는 드라마같은 삶을 산다.
비록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진리의 절대적 형태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인간은 미친다.'라는 소설속 대사가 암시하듯 주인공은 아마도 진리에 다가서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