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문화에 대한 논쟁이 생기면 한 번쯤 입에 오르내리는 책.
고단백을 섭취하고 인구증가를 조절해야 하는 생물학적 강제가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힘이라는 문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세계의 기이한 음식문화에 관해 일반 대중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설명한 책이다.
여기에 그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인간의 영양에 매우 중요하며, 각 인간 집단은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각자의 생태학적 조건 속에서 적응해왔다는 주장에 기초하여 여러 문화의 식습관의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마빈 해리스가 기이한 음식으로 책에서 소개하는 것은 소, 돼지, 말, 우유, 벌레, 개, 애완동물 그리고 인육 등이다.
식습관이 자의적이라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비실용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쓸모없거나 해롭다고 믿는 많은 이해할 수 없는 선호와 기피의 존재로 강화되어왔다. 이 책에서 나의 전략은 이러한 요새를, 그것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을 골라 공격하는 것이며 이것들이 영양학적, 생태학적, 혹은 경제적인 선택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p18)인도에서 소를 먹지 않고 신성시하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해석한다.
힌두교의 역사에서 소보호가 힌두교의 중심원리는 아니었다. 소는 B.C 1000년까지 가장 흔한 육류 중의 하나였으나 인구가 증가하고 숲이 줄어들고 초지를 경작하게 되자 반목축적 생활방식이 집약적인 농업과 낙농업으로 바뀌면서 소의 위상은 변하게 된다. 소는 먹을 것을 놓고 인간과 경쟁을 하게 되며 점차로 인간에 비해 수가 감소하게 된다. 또한 농사를 짓기 위해 쟁기를 끌기 위해서는 소가 없어서는 안되었으며 점차로 쇠고기를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금기시 되었다.
그러나 특권계급인 브라만과 크샤트리아는 소 도살을 계속했으며 쇠고기를 포식했다. 이러한 환경적인 고갈의 시대에 살생을 금지하여 가난한 대중들의 열망에 부합하는 종교인 불교가 생겨나게 되며 힌두교와 9세기에 걸쳐 투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힌두교의 권력층인 브라만들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발빠르게 변모한다.
브라만들이 모든 희생제물을 강력히, 매우 성공적으로 비난하는 불교에 맞서 싸워야 했을 때 그들은 동물의 생명에 대한 경외가 무너뜨리기에는 너무 강력하고 대중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점차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이를 받아들여 이것이 마치 그들의 '가르침'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p 63)브라만들은 소보호자가 되어 대중이 원하는대로 소를 신격화함으로서 단지 명상만을 통해 구원을 얻고자 했던 불교에 대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결국 불교는 대중적 기반을 잃고 그 발상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며 브라만들이 소보호자가 되어 쇠고기를 멀리함으로써 대중적인 종교적 교리와 생산적인 농경체제와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개고기와 관련된 해리스의 주장은 이러하다.
왜 어떤 동물은 먹지 않으며, 왜 그것이 혐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이 되는가는 그것이 식량과 다른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어떤 문화의 전반적인 제도에 어떻게 부합하는가에 달려 있다.옮긴이의 지적대로 저자의 비용과 이익에 근거한 생태학적 접근방식은 지나친 단순화와 일반화의 위험을 내포하며 불합리해보이는 관습의 합리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결국 그것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귀착하기 쉬운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개의 경우를 가지고 이를 증명해보도록 하자. 서유럽인들은 개가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애완동물이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개가 육식동물로서 비효율적인 고기 공급원이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다. (중략) 이와 대조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성식품의 공급원이 부족하고 개가 살아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개가 죽어서 제공하는 것들보다 충분히 가치있지 못한 곳에서 발달한다. (p212)
하지만 세계 각 국의 음식의 차이를 '음식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그 무엇에 따른 차이'라는 서구인의 생각과는 달리 '생태학적 제약과 기회의 다름으로 인한 차이'라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고 친숙한 각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접근방식을 선보임으로써 이 책을 통해 각 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