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합
즐겨 찾아 먹는 음식이 아닌 '홍어'가 요즘 주위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엊그제는 옆 부서 직원들이 단체로 순라길에 다녀와 홍어 칭찬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우리 부서도 침만 닦고 있을 수 없어 가기로 했는데, 날도 춥고 순라길은 너무 머니 가까운 인사동으로 가자는 대장 의견을 따라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 때'를 찾았다.
순라길에서는 국내산 홍어가 10만원이 넘는다 하는데 이곳은 칠레산만 취급하고 4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큰 싸이즈가 60,000원이었다. 내 취향에 비해 좀 덜 삭힌 홍어, 쌀과 옥수수를 섞어 만들었다는 막걸리, 살이 통통 오른 새우로 담근 젓갈, 삭지 않은 갓김치, 푹 삭은 배추김치, 오돌뼈가 잔뜩 붙은 돼지편육, 정말 푸짐한 파전 그리고 마지막 입가심으로 먹은 메생이국 등 음식 하나하나 깔끔하고 다 맛있었다.
홍어를 입사하고 처음 맛 본 후 손에 꼽을 정도 먹어 보아 그 진정한 맛을 알지 못하지만, 코안이 뻥 뚤리는 그 맛이 이제는 역겹지가 않다. 고향이 호남인 상사는 '이 정도 홍어는 홍어축에도 못낀다'며 어린 시절 두엄에 넣어 푹 삭힌 홍어와 내장을 먹었던 경험담을 이야기 해 준다. 내 공력으로 그정도까지는 맛 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향토 음식 중 이처럼 별난 음식이 또 있을까 싶다.
깔끔한 음식과 고향이 영암이라는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와의 만남은 순라길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았다.
덧붙임 : 다음날 또 갔다. 어제 좀 부족했던 톡 쏘는 콧배기를 많이 달라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특별 부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