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에서 하디와 라마누잔에 관한 일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라마누잔이 폐결핵으로 요양 중일때 하디가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책에서는 '푸트니에 있는 라마누잔을 방문했다'라고 언급하는데 이 책을 읽고 병문안이었음을 알았다) 택시를 타고 갔었던 하디는 라마누잔에게 방금 자신이 타고 온 택시 번호가 '1729'라며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숫자며 불길한 징조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라마누잔은 '1729'는 아주 흥미로운 숫자인데, '두세제곱 수의 합계를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소수' 라는 것을 알려 준다. (1729 = 12^3 + 1^3 = 10^3 + 9^3)
폴 호프만은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에서 에어디쉬의 삶을 조명하며 하디와 라마누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근대 해석적 정수론의 아버지 하디가 자신이 25점의 수학자면 리틀우드는 30, 데이비드 힐버트는 80 그리고 라마누잔은 100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찬을 한 수학자 라마누잔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수학이 나를 불렀다'는 나의 이런 궁금증을 풀어 준 '무한을 알았던 사람(The Man Who Knew Infinity)' 라마누잔의 전기를 다룬 책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쓴 책이라 하지만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그의 천재적인 수학적 성과를 이해하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하디라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가 라마누잔의 정리를 처음 보고 한 말을 보면 이 특이한 정신세계의 인도 수학자가 얼마나 위대한 학자였는지 짐작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정리들은 틀림없이 성립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정리가 참이 아니라면, 그 정리를 생각해 낼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p180)
Comments (2)
정리들은 틀림없이 성립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정리가 참이 아니라면, 그 정리를 생각해 낼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굉장한 표현입니다.
Posted by 이롭자 | January 10, 2006 2:42 AM
라마누잔은 '순수과학과 응용수학의 기초 결과에 대한 개요(A Synopsis of Elementary Results in Pure and Applied Mathemathics)'라는 5,000개가 넘는 방정식을 증명없이 정리만 나열해 논 책을 독학으로 그 정리들을 증명하였고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최상 계급인 브라만이었지만 어려운 생활을 하였고, 수학이외에는 다른 과목에 관심을 갖지 않아 대학도 낙제를 하였습니다. 영국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캠브리지대학의 저명한 교수 세명에게 그동안 자신이 정리한 정리 중 몇 가지를 보냅니다. 홉슨, 베이커 그리고 하디였는데 두 사람은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이 인도 청년의 천재성을 발견한 것이 하디입니다.
라마누잔은 편지에서 자신이 증명을 했다고만 했지 증명한 자세한 내용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리는 당연히 맞다고 믿었고, '진실로 증명할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디는 "나를 완전히 패배시킨 정리다. 예전에 그 같은 것을 조금도 본 적이 없다. 한번만 봐도 최고의 경지에 오른 수학자만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며 라마누잔의 정리를 논하며 언급한 찬사를 덧붙입니다. 그리고 그를 부릅니다. 내앞에서 증명을 하라고요. 이렇게 하디와 라마누잔의 인연은 시작되고 묻힐뻔 한 천재 수학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
Posted by SoandSo | January 10, 2006 10:45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