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죽는다면 나무는 과연 살 수 있을까요?2주전 골든벨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나왔던 문제다. 마지막 50번째 골든벨을 울리냐마냐를 결정지었던 문제가 우연히도 당시 읽고 있던 책에 대한 것이었고, '어린 학생이 이 책의 제목을 어떻게 알까?' 하고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았는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박나영이라는 여학생이 이 문제를 맞추는 극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자연의 섭리에 맡겨두면 새와 나무가 서로를 살리지 못할까요?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쓴 이 책의 일부를 들으셨습니다.
이 책은 유기염소계 농약인 DDT 등 여러 종류의 농약이 동물과 인간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밝혀 자연보호와 환경보전의 중요함을 널리 인식시켰는데요,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환경 보호 실천이라고는 쓰레기 분리 수거를 돕는 정도의 일 밖에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인터넷 쇼핑몰 한 곳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할인 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살까말까 망설이던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라는 책이 그 중 하나였다.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독자 서평 등 관련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그 때마다 '침묵의 봄'이라는 저자의 다른 책이 항상 언급이 되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호기심에 결국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6.25전쟁 관련 화보나 영상을 보면 이나 벼룩 등 사람몸에 기생하는 해충을 죽이기 위해 분무기로 사람 머리나 옷에 DDT라는 살충제를 뿌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 당시 DDT는 뛰어난 살충 효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약 중 하나였고 이 약을 발명한 화학자는 노벨상을 타는 영예까지 얻게 된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라는 여성 생물학자가 유기염소계 화합물인 DDT 등의 살충제(및 제초제)는 먹이사슬을 통해 동식물의 체내에 축적되어 결국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당시로서는 경동천지할만한 내용이 담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내놓는다. 그 누구도 살충제의 유해 여부를 의심치 않았던 시절이라 이 책은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제조업체와 남성 중심적인 과학계의 거센 반발은 이 작은 여성 과학자를 궁지로 몰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살충제 오용에 대한 논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며 맞서 나가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찬 따사로운 봄날을 보지 못하고 책이 출간된 지 16개월 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미국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된 '침묵의 봄'은 많은 환경 피해 사례를 통해 단지 우리 삶을 조금 귀찮게 한다고 생물들에게 조절이 아닌 박멸이라는 양적인, 반생태적인 보복을 가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책이 출간되고 반세기가 지났지만 카슨 여사의 경고는 아직도 유효하며, 생태계는 생명의 연결망이자 동시에 죽음의 연결고리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미국 영재교육의 대부인 조지프 렌줄리 교수는 '21세기의 이상적인 영재형 인간’으로 아인슈타인이나 빌 게이츠가 아닌 레이철 카슨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레이철 카슨은 자신의 영재성을 개인의 명예나 부의 축적에 쓰지 않고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했다. 그녀의 빈틈없는 과학지식과 시적 언어는 케네디 대통령으로 하여금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자문위원회’를 만들게 했고, 1970년 그녀를 기리는 ‘지구의 날’이 제정됐고, 레이철 카슨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미국 환경부를 탄생시켰다.” [아름다운 선각자, 레이첼 카슨]
덧붙임 : 전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명자씨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