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 그 중에서도 인간의 성행동이 가까운 유연관계에 있는 다른 영장목 동물들과 유별나게 차이가 나는지, 그 성의 기원에 대해 여성 인류학자의 시각에서 독특하게 풀어 나간다.
왜 여성은 다른 동물의 암컷과 달리 발정기가 따로 없고 언제라도 성관계가 가능할까? 나무에서 내려온 인류의 조상은 직립보행의 진화 단계를 거친다. 두발로 걷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헬렌피셔는 개방된 사바나에서 먹이, 도구, 무기등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직립보행은 불가결했을거라고 주장한다. (직립 보행의 다른 이유로는 햇빛을 덜 받기 위한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인류의 조상들은 신체적으로 여러 변화를 거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골반 형태가 변형되어 산도가 좁아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난산과 사산이 빈번해지자 자연선택이 개입되어 미숙한 새끼를 출산하는 조산을 하는 경향을 가진 암컷이 점점 증가하게 되고 진화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조산은 미숙아를 돌보는 육아 기간이라는 암컷의 행동을 구속하는 시기를 가져오게 되며, 암컷은 혼자 자족을 못하게 되고 자신과 미숙아를 돌보아 줄 수컷이 필요하게 된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수컷과 특별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성의 계약이 시작된다. 수컷을 만족시키는 것은 식량을 확보하는 일, 생존을 의미하므로 암컷은 살아남기 위해 수컷이 잡은 '고기'와 '발정기 없이 계속되는 성관계'를 교환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적극적 성행동을 진화시켰다'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 성행동의 진화와 본질을 다루므로 전통적인 남성 인류학자들의 성차별적인 해석들과 비교하여 읽어 볼 만하다. 역자가 후기에 적어 놓은 이 한 줄의 문장이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다.
특히 우리 여성들, 인류 진화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위대한 암컷'의 후예들에게 읽히고 싶다.
Comments (1)
이런 책을 보면
인간이 생각하는 방향의 다양성에 놀랍니다.
Posted by familizer | April 14, 2006 10:5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