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과 함께 사두었던 환경 관련 서적. 인터파크에서 헐값에 구할 수 있다.
IBM이 소유하고 있는 한 작업장에서 10년간 5,000명의 근무자 중 6명이 고환암에 걸렸다. 전체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고환암 환자 6명을 찾아내려면 남자 200만 명의 표본이 필요하다. 프랑스 청정실 근무자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유행병학에서는 이렇게 드문 질병이 이처럼 한꺼번에 모여 있는 것을 슬램덩크라고 한다. (p16)
오늘날 곤충방제 프로그램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첫번째는 정말 효과적인 곤충방제는 자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연계에서는 고유의 ‘환경적 저항’이 존재함으로써 특정 종마다 개체수가 일정하게 조절되는데, 이는 지상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부터 계속 그래왔다. 먹이, 기상과 기후조건, 경쟁 상대나 포식 상대 등이 모두 ‘환경적 저항’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세상이 곤충으로 뒤덮이지 않게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곤충들이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곤충학자인 로버트 멧칼프(Robert Metcalf)는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학약품은 인간의 친구이건 적이건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곤충을 없애버린다.두 번째는 환경의 저항이 약해지면 종족을 재생산하려는 폭발적인 힘이 발휘된다는 사실이다. (p282)
생명이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기적이기에 이에 대항해 싸움을 벌일 때조차도 경외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 살충제와 같은 무기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야만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함이다. 과학적 자만심이 자리를 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p312)
독성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경제학 용어로 ‘부정적 위험(downside risk)’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똑같은 잘못이더라도 안전한 물질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위험한 물질을 덜 규제하는 편이 나은가? 크레이너는 자유로운 사회에서 실천되는 정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위험한 물질이 널리 사용되도록 허용하는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보다 안전한 물질을 잘못 통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환경 속에서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물질에 노출됨으로써 생기는 고통은 부당한 것이다.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부당하고 불공평한 짐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p323)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의 태어난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p334)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p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