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지간에 뭔 긴밀한 얘깃거리가 있는 모양인지 막내놈이 내 눈치를 보며 아내를 안방으로 끌고 들어간다. 잠시 후 “여보!”하며 안방을 나서는 아내가 뭔 말을 할려고 하자 막내놈이 아내 입을 작은 두 손으로 막으려 가로 막는다.
"수민이가 이 쪽지에 뭐라고 썼는데 통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막내놈은 뭔 잘못을 했거나 엉뚱한 일을 하곤 하면 종이에 이를 적어 엄마에게 보여 주며 이실직고를 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엄마 나 3년 징역이나 천만원 낼지 몰라요” 라고 적은 황당한 내용의 쪽지를 엄마에게 보여 주었다.
엉뚱소녀 수민이를 불러 앉힌 다음 자세한 내막을 물어 보았다. 막내놈이 몇 일전 온라인상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모 싸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부모님 동의를 요구받자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곳에 아무 숫자를 적어 놓은 모양이다. (인식할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 기입으로 정상적인 회원가입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몇 일이 지나 네이버에 있는 메일함을 열어 새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번에 개정된 주민등록법에 대한 안내 메일을 보고 내용을 확인하는 도중,
“오는 2009년 9월 24일부터 개정되는 주민등록법에 의해 타인의 주민번호를 이용하여 온라인 회원 가입을 하는 등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는 것을 본 모양이다.
징역이 뭔지 3천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 리 없는 열 살짜리 꼬마놈은 순간적으로 몇 일전에 자기가 했던 행동이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고민고민을 하다 결국 엄마에게 쪽지 대화를 통해 잘못을 고백한 것이다. 한 편으로는 당돌하고 엉뚱 맞아 보여 속에서 웃음이 나왔지만 무서운 얼굴로 크게 혼을 내고 1주일 컴퓨터 금지령을 내렸다.
1주일 반성기간동안 컴퓨터의 ‘컴’자도 입밖에 안내는 것을 보면 이번 일이 크게 잘못한 것이었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알고 있는 것 같다.
Comments (5)
무척 귀여운 따님이군요. 순진한데다가 이실직고까지 했는데, 1주일 형벌은 가혹하지 않은가요? ^^
행복한 가족의 모습, 잘 보고 갑니다.
Posted by inuit | September 25, 2006 10:44 PM
가끔은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상대하지만 이해하고 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미안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한순간 아빠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나중에 성장해 아빠가 기록한 이 글들을 보고 그 당시 무뚝뚝한 아빠가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과 사랑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로써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을 행복하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SoandSo | September 26, 2006 12:21 AM
ㅋㅋ
수민이 귀엽군요..^^
Posted by MDD | September 28, 2006 10:37 AM
대신 밥상에 콩밥을...
Posted by 단기 | September 29, 2006 11:05 AM
요새는 콩이 비싸서..보리,쌀 7:3의 비율로 준다고 하더군요...
Posted by MDD | September 29, 2006 2:1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