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씨는 교수 이전에 학자다. 학자는 진리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이다. 그에게 학문은 신성 그 자체였기에 학문에 대한 동료의 실수나 거짓을 눈감고 넘어갈 수 없었으며, 참이 아닌 것을 참이라 하는 자들과는 타협을 할 수 없었다. 고난이 닥쳤을 때 자기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단 한 사람, 정의를 가리는 법관이었다.
어떤 면에서 학자와 법관은 유사한 점이 있다. 한 사람은 자연의 이치를, 다른 사람은 인간의 이치를 가린다. 따라서 그가 생각하는 법관은 신성하여 거짓과 타협을 하지 않는 존재였다. 그런 고정관념이 무너졌을 때 그가 느낀 배신감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큰 충격이었으리라. 구체적 현실 바깥에 존재하는 수학적 진실만을 알고 있었지 그는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그가 지은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10여년간 그가 받은 고통을 감안하여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길 바란다. 에어디쉬 말처럼 그는 '죽을지언정 수학을 그만둘 수가 없는' 수학자였음을 기억하자.
"내 생각에 괴델이 저 지경에 이른 건, 그러니까 저렇게 미쳐버린 건, 진리의 절대적 형태에 너무 가까이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인간은 결코 진리 앞에서 잠자코 있지 못하지'라는 따위의 시구도 있지. 성경에 나오는 '지식의 나무'나 너희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를 한 번 생각해 봐. 저런 류의 사람들은 보통의 기준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허용된 것 이상을 알려고 들지. 신에 대한 오만한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 아닐까?"[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