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다리

…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크지 않았으며, 강남이라는 것이 특정한 지리적 기표도 아니었다. 강남이 강남이 된 것은 동호대교와 성수대교가 놓이고 나서의 일이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연결의 역할을 해야 할 다리가 단절의 역할을 하게 된 건지는 다리를 설계하고 시공한 사람도 모르지 않을까 싶다. 그는 강북사람과 강남사람들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거지 양쪽이 서로 다른 나라가 되라고 다리를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결의 기능을 갖는 것들은―문이든 필터이든 회로부품이든 메신저이든 철도차량의 연결기이든―동시에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은 모든 연결장치의 숙명이기는 하다. 연결의 장치들은 연결과 단절이라는 변증법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결을 사이에 두고 연결을 통하게 하려고, 연결을 뺏으려고, 연결을 막으려고 울고 웃고 싸운다. [한강다리의 상판은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미세하게 떨린다]

‘연결’의 다리가 사회문화적 ‘단절’을 야기하는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다리 위로는 머쉰(machine)들만 오간다.

Monday, April 07th, 2008 1:0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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