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008

October 20, 2008

남편 잘못 만나 마음 고생 참 많이도 한 아내의 생일이다.
18번(2+16)을 같이 맞이하는 생일이지만 금년에도 여느 해와 다를 것이 없다. 내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아내인지라 선물달라는 투정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든 만큼 아내는 본인의 생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기념일을 맞아 아이들과 근사한 외식 한 번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여자로서의 속마음이야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은…

그런 아내가 생일 전 날인 어제 미역국을 끓여 달라는 뜻밖의 부탁을 한다.(소요유님 글을 읽어 봤을리 만무한데…) 양지머리 반근을 사다 마늘을 다져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춰 밤늦게 미역국을 끓였다. 아침에 밥까지 해서 따끈한 미역국으로 식탁을 차려 주고 싶었지만, 잠든 아내를 뒤로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전 회의 중간에 ‘미역국 맛있게 잘 먹었고 사랑한다’는 문자가 아내에게서 왔다.

“여보 마누라 생일 축하해. 가장 소중한 마음의 선물을 평생 줄께” 라는 아부성 멘트에 아내로부터 즉답이 왔다.

“보여지는 선물도 필요한데… “

[3:13 pm]

October 18, 2008

아들놈 생일에 찾았던 장어구이집에선 샐러드에 푹절은 파리가 나오더니 엊그제 먹은 청국장에서도 왕건이 덩파리가 나왔다. 금년 운수가 어떻길래 파리가 꼬이는지… 이것도 이사람 탓인가? :)

[8:35 am]

October 12, 2008

저번 주 NGC에서 본 재미난 다큐.
1개 소대의 말벌들이 2~3 사단규모의 유럽 꿀벌들을 전멸시킨다. 한 편, 일본 토종 꿀벌들은 이 끔찍한 대학살에서 살아 남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놀라운 자연의 신비. YTN에서 같은 영상을 편집해 놓았는데,

일본 토종 벌꿀은 섭씨 118도까지 견딜 수 있지만 말벌은 115도면 목숨을 잃습니다.

화씨를 섭씨로 착각한 모양이다.

[11:25 pm]

October 9, 2008

Brian Connolly가 각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답들이 징그럽다. 드러머 Mick Tucker의 대답엔 뜬금없이 효리생각이…

[4:26 pm]

October 8, 2008

“I’d love to change the world, But I don’t know what to do, So I’ll leave it up to you”

[9:15 am]

October 7, 2008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중 박영훈 9단과 체코의 라페라 아마6단과의 대국기보. 흑을 쥔 라페라 아마6단의 기상천외한 착점에 박영훈 9단도 보조를 맞추어 준다. 이런 엽기 기보는 난생 처음 본다. (via Pomp On Math & Puzzle)

기보를 보면 30수 밖에 나와 있지 않는데 이에 대해 해설자는

박영훈 9단이 불계승을 거둔 대국. 박영훈 9단은 대국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이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30수 이하는 줄인다. 박9단은 또 “그 상대가 여기까지만 잘 뒀다. 그래서 더 찍으면 안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9단은 아마도 수순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상대를 배려해 일부러 안 찍어주는 듯했다.

해설자의 코멘트와 같이 박영훈 9단이 이 바둑을 기억 못할 리는 절대로 없다.

[12:59 pm]

October 5, 2008

아내의 “당신도 학교 다닐 때 고무줄 끊고 아이스케키 같은 장난했어요?”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할려고 하려는데 막내놈이 끼어든다.

“아빠는 분명 했을거야. 변태자나” OTL

[7:39 pm]

초대를 받아 어제 삼성동 네거리에서 열린 City Shock 행사를 참관했다. 식전행사로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는데, 크라잉넛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SG워너비가 길가던 여학생들의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김세황의 기타는 흥을 돋구지 못하고 소음으로만 들렸다.
독일에서 공수해 온 BMW 자우버팀의 2,400cc, 19,000rpm의 괴물이 내지르는 괴성은 싱겁게도 크라잉넛의 소리보다 작았다. 삼성역-봉원사 사거리까지의 길은 괴물이 달리기에 택도 없이 짧았다. 하도 요란하게 찍어 대길래 ‘어디 얼굴 한 방 찍힌데 있나?’ 이리저리 뉴스 기사를 찾아 보았지만 한 장도 없다.

[7:31 pm]

내 어릴 적 김밥은 일년에 봄가을 소풍때, 딱 두 번 먹는 음식이었다.
소풍가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날씨를 확인하고 어머니가 준비하시는 김밥을 옆에서 지켜보다 도시락에 들어갈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끄트머리들을 잽싸게 빼먹는 재미와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몇 일전 아내와 어린시절 추억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김밥 얘기가 나왔고, 문득 ‘어머니는 내가 이렇게 좋아하고 맛있어 하는 김밥을 왜 소풍 때가 아니면 만들어 주시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6년 결혼생활을 통한 경험으로 비추어 ‘아버지 때문’일 것인데, 찌게나 국없이는 식사를 잘 안하시는 우리 아버지들의 식습관과 반찬없이 김밥만 말아 내놓았을 때 보여지는 당신의 남편에 대한 무성의 등의 이유로 어머니들은 평소에 김밥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아내는 가끔 식사 준비하기 귀찮으면 김밥을 만다. 예전 어머니의 손 맛과 다르지만 끄트머리 맛은 손 맛이나 재료에 상관없이 변함 없다.

[5:28 pm]

October 2, 2008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투영되어진 세상을 보며 자란다.

[3:59 pm]